GANGWON
일상정선 구절리의 비경을 찾아서
사업장 뒤로는 도암댐에서 출발하여 한강으로 이어지는 송천의 유수가 보여지고 사방에 아찔한 급경사 다락산, 노추산, 운장산 등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아침나절 비 온 뒤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중동계곡, 자개골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디 맑은 개울물은 퉁가리, 구구리 등 희귀종 물고기까지 쉽게 구별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기왕 정선 생활 시작한 김에 자전거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저녁 틈나는 대로 자전거 타고 산에도 오르고 줄넘기도 하면서 나의 몸은 점점 구절리에 체화되어 가고 있다. 산에 올라도 별로 숨 가쁘지 않고 뱃살 지방도 제법 얇아져 가는 중이다.
두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한 친구는 이곳 레일바이크 총괄 책임자인 지사장님의 아들 손승우. 인천 부평 소재 마장초등학교 5학년. 안경 낀 태가 공부 좀 하는 친구 같다. 어른이 말 걸면 쭈뼛대는 게 보통인데 이 친구는 전혀 망설임 없이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자기 잘하는 거, 부족한 거 의사 표현을 제법 조리 있게 설명하는 친구이다.
또 다른 친구는 자개골 외가집을 자기 집처럼 살고 있는 최윤학. 정선 읍내 초등학교 6학년. 몸무게 75kg. 기골이 장대한 강원도 사나이로 성장 중이다. 이 친구는 동네 어부이다. 밤낮으로 여기저기 낚시를 하는 데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 등 못 잡는 고기가 없을 정도로 어부 수준이다. 윤학이 하라는 대로 하면 물고기 잡기가 식은 죽 먹기이다.
이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계곡 여행도 가고 하면서 정선 생활의 재미에 흠뻑 취하고 있다. 여름부터 현재 겨울까지 구절리 곳곳을 다니면서 취재하고 사진 찍은 모습들이 재미있다. 여름 장마철 장강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송천을 보노라면 대단한 위압감에 사로잡히고 말았고 지천 계곡 곳곳 풍부한 수량을 접하면 신선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가을에 들어서면 설악산보다 며칠 늦게 물드는 정선 가을 단풍은 황홀할 지경이다.
온 산을 물들인 채색 풍경은 강원도에서도 정선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가까이 강원도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왕산면 배추밭 풍경은 또 다른 볼거리이다.
겨울에는 찬바람 불고 눈이 오니 이 눈들이 녹지를 않는다. 주위 얘기로는 이 눈이 3월까지 간단다. 중동 끝자락까지 친구들과 함께 얼음 깨고 물고기를 잡아본다. 퉁가리 몇 마리 못 잡았지만 구절리 두꺼운 얼음장 깨고 손 적셔가며 물고기 잡는 재미는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특혜이자 재미이다.
정선에 오면 이곳만의 먹거리가 풍부하다. 제일 먼저 여량 옥수수가 전국적으로 명성이 드높다. 밤낮 기온차 심한 곳에서 자란 옥수수라서 삶을 때 소금이나 설탕류를 넣지 않는다. 그래도 은근한 단맛이 절대 싱거운 생각이 안 들고 그 자리에서 최소 3개는 먹어치우는 맛이다. 감자는 ‘분감자’라고 해서 설봉 종자를 으뜸으로 치는 데 굽거나 쪄 먹어도 포삭 포삭 분이 많이 나오는 것이 강원감자의 제맛을 느끼게 한다.
이 동네 식당(노추산 길목 펜션 식당)에 가면 흔한 메뉴가 올갱이국이다. 올갱이 색깔이 파랗고 윤기나는 게 딱 봐도 동네서 잡은 것임을 실감케 한다. 아욱이나 곤드레 등과 된장 넣고 끓인 올갱이국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나의 간을 건강하게 해준다.
곤드레 밥. 이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 밥 또한 인기 메뉴이다. 돌솥에 누른 곤드레 밥 누룽지, 맛난 양념간장에 적당히 비벼 먹는 곤드레 밥. 게다가 각종 나물 반찬, 지역산 농산물로 한 상 가득 채운 반찬들은 정선 구절리 생활의 풍요를 더한다.콧등치기국수, 산초에 구운 생두부, 메밀전에 수리취떡과 황기였을 함께 먹어보면 모르긴 몰라도 정선에 살고싶어 질 거다.
저 멀리 서울에서, 대구에서, 포항에서 레일바이크 타러 오시는 고객들 얼굴 표정들은 어느 한 분 예외 없이 들떠있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곳 정선으로의 여행이 거리와 날씨에 상관없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엔돌핀임을 느낀다. 2020년 시작된 정선의 삶이 3년을 잘 채우고 이후로도 계속 정선인으로 살아가길 기대해 본다.